영화 오펜하이머(Oppenheimer)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의 핵 개발 프로젝트 "영화 오펜하이머"
영제: Oppenheimer
개봉일: 2023년 8월 15일
등급: 15세 관람가
장르: 스릴러 드라마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국가: 미국, 영국
러닝타임: 180분
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
평점: 로튼토마토 8.60 IMDb 8.60
영화 "오펜하이머" 출연진
J. 로버트 오펜하이머 역: 킬리언 머피
진 태트록 역: 플로렌스 퓨
키티 오펜하이머 역: 에밀리 블런트
레슬리 그로브스 역: 맷 데이먼
루이스 스트로스 역: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어니스트 로렌스 역: 조쉬 하트넷
보리스 패쉬 역: 케이시 애플렉
데이비드 힐 역: 라미 말렉
닐스 보어 역: 케네스 브래너
케네스 니콜스 역: 데인 드한
알버트 아인슈타인 역: 톰 콘티
재키 오펜하이머 역: 에마 듀몬트
영화 오펜하이머 후기
실화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기 전, 3시간 만에 그의 일대기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기 어려웠다. 역사를 좋아하는 나로서 "오펜하이머"는 정말 흥미로웠고, 영화를 보는 동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연출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전기 영화를 보기 전에는 관련 자료를 미리 찾아보고 시나리오를 예상하며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오펜하이머" 역시 관련 자료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더욱 재미를 느꼈다.
관련 자료는 이전에 소개한 '오펜하이머 등장인물 관계도 총정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에 대해 기술되어 있고, 주인공인 오펜하이머의 일생과 부인 키티 그리고 진 태트록에 대한 관련 이야기도 함께 설명되어 있다. "오펜하이머" 영화를 보기 전이라면, 이전 포스팅을 추천한다.)
줄거리를 보기 전 오펜하이머 등장인물 관계도를 먼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영화 오펜하이머 줄거리 리뷰
영화는 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보안 청문회가 시작될 때인 1954년에 시작된다. 그리고 오펜하이머가 공산주의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있는 루이스 스트로스 제독과 그의 보좌관은 상원 청문회에서 오펜하이머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펜하이머에 대한 스트로스의 개인적인 원한은 1947년 만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트로스는 자신이 속한 프린스턴 대학 연구소장으로 저명한 오펜하이머의 영입을 결정하고 그를 대면한다.
그때 오펜하이머는 과거 신발 판매원으로 일했던 스트로스에게 경멸적인 발언으로 모욕감을 주었고, 오펜하이머와 사적 대화 이후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스트로스의 인사를 무시하며 지나치자, 그는 오펜하이머가 아인슈타인에게 자신의 험담을 한 것으로 오해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둘의 관계는 급속도로 멀어지며, 현재 서로를 적대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영화는 다시 돌아와 오펜하이머의 회고가 이어진다. 1924년, 오펜하이머는 케임브리지 대학원 시절 닐스 보어의 강의를 듣고 싶어 하지만, 담당 교수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끝내기 전까지 머물게 한다. 오펜하이머는 평소 자신에게 부당한 처우를 연속하는 교수의 사과에 독약을 주입한 다음 보어의 강의실로 향한다.
다음 날, 정신이 번쩍 든 오펜하이머는 급히 실험실로 향하고 교수와 대화를 하던 보어가 사과를 집어 들자 그를 저지한다. 보어는 오펜하이머의 명석함을 알아보고 신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괴팅겐 대학을 추천한다. 오펜하이머는 괴팅겐에서 학자 라비와 함께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다. 라비와 함께하는 동안 이론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를 만나게 되는데, 오펜하이머는 그를 자신의 연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존경하게 된다. 이후 그는 버클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며, 노벨상 수상자인 어니스트 로렌스를 포함한 동료들과 양자물리학에 대한 연구를 이어간다.
어느 날, 오펜하이머는 그의 남동생 프랭크와 함께 공산당 소모임에 참석하고 그의 인생에 중요한 사람인 진 태트록을 만나게 된다. 오펜하이머는 첫눈에 그녀에게 빠져들고 사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며 둘은 곧 하나가 된다. 서로에 대한 지적 호감과 매력으로 둘은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만 좌익 활동에 심취한 진 태트록과의 관계는 불안하고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오펜하이머를 위태롭게 만든다.
오펜하이머는 진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할 무렵 좌익 활동과 관련된 인사들을 만나며 발을 넓히기 시작하고, 거기서 그는 인생의 동반자인 키티를 만나게 된다. 공산당원인 그녀는 이미 결혼한 유부녀로 이전 두 번의 결혼 실패와 현재 남편과의 갈등으로 지쳐 있었고, 이는 그녀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오펜하이머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한다. 키티는 남편과 이혼 후, 오펜하이머와 관계를 맺게 되며 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한편, 오펜하이머는 진과의 관계를 끊기 위해 노력하지만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고, 키티는 아들 출산 이후 술에 빠져 살게 된다.
마침 2차 세계대전으로 세계는 혼란 속에 빠져 있고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와의 무기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레슬리 그로브스 대령은 비밀리에 진행 중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적임자로 오펜하이머를 내세우며 그들의 인연이 시작된다. 오펜하이머와 레슬리는 과학계 저명인사들을 만나며 그들을 섭외하고 로스앨러모스에 마을을 만들어 실험 지역 근처에 설치한다.
'맨해튼 프로젝트'에는 에드워드 텔러, 리처드 파인만, 해리슨 길버트슨, 한스 베테, 엔리코 페르미, 데이비드 힐, 어니스트 로렌스, 프랭크 오펜하이머, 케네스 베인브리지, 세스 네더마이어, 릴리 호닉 등이 참여하게 되고 오펜하이머의 총괄 아래 '트리니티' 핵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정부는 서둘러 전쟁에 사용 가능한 원자핵 폭탄을 양산하기 시작하며 히틀러의 사망 이후 미국과 대치하던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다.
일본의 항복 선언 이후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게 되지만 인류를 파괴하는 원자폭탄에 대한 위험성과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자신의 발명품으로 인해 극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한다. 오펜하이머는 트루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손에 피가 묻었다며 자책하지만 트루먼은 핵과 관련된 모든 결정권자는 자신임을 상기시킨다.
오펜하이머 심리분석 및 해석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전 포스팅 '오펜하이머와 인물관계도'에서 설명한 대로, 그들은 한 사람마다 전기로 다룰 만큼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다. 그들 중 다수는 노벨 물리학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과학의 발전과 이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다. 이들은 소위 '천재들의 집단'으로서, 비범함을 넘어 학문의 본질을 뚫어지게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챕터에서 오펜하이머의 심리 분석과 해석은 역사적 사실보다 영화에서 묘사된 인물의 특징에 주로 초점을 맞춘 글임을 밝힌다.
오펜하이머는 스트로스와의 대화에서 느껴지듯 자신의 비범함과 그의 미치지 못한 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가 다르게 느껴진다. MIT를 졸업한 그로브스 중령은 자신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내지만, 그의 의견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수소 핵무기에 큰 영향을 끼친 텔러 역시 자신의 의견에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거나 독단적인 결정에도 그를 무시하는 행동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와 반대되는 일반인들과의 대화에서는 오펜하이머의 오만한 면모가 드러난다.
처음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오펜하이머는 물리학에 관한 질문을 던지면서 상대방의 대답을 듣고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 상대방이 자신의 지식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적대적인 어조와 무시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높은 지식수준을 가진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상대방의 부족한 지식을 보게 되면 자신의 자아상에 맞지 않는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어 내적인 불안감이 생길 수 있다. 오펜하이머의 행동 역시 이와 관련되어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행동 양식은 심리학적으로 '자아 방어 메커니즘' 중 하나인 '방어기제'와 관련이 있다. 방어기제란 개인의 자아가 위협을 느낄 때나 자아 평가가 부정적으로 영향을 받을 때 나타나는 심리적 방어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높은 지식수준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보호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자아 보호의 한 방법으로서 상대방의 부족한 면을 강조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불안을 상쇄하려는 목적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지식을 높이 평가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려는 심리적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상대방의 부족한 점을 부각하는 행동은 강박적인 성향의 일종으로, 자아의 불안정성이나 자기 의심을 상쇄하고자 반복되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은 개인의 성격, 경험, 환경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나타날 때는 자아 보호와 자아 확립에 대한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펜하이머 결말
여러 해가 흐른 후, 오펜하이머는 핵무기의 위험성을 알리며 핵무기 개발이 아닌 통제에 대해서 의견을 피력하지만 트루먼 대통령은 이를 거부한다. 또한 '맨해튼 프로젝트' 구성원 중 한 명인 클라우스 푹스가 소련에게 정보를 제공한 간첩임이 밝혀지자 핵무기 개발을 반대하는 오펜하이머의 주장은 냉전 상황에서 불리하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때 스트로스는 고든과 니콜스와 협력하여 오펜하이머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입수하려 한다.
보안 청문회 기간 동안, 키티는 오펜하이머가 자신을 자의적으로 망치려 하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듯한 행동을 보이는 것에 화를 낸다. 오펜하이머는 로저 롭에게 심문을 받고, 텔러, 라비, 그로브스, 파시 등 여러 인물들이 그에 대한 증언을 제공한다. 롭은 오펜하이머가 핵무기 개발에 대한 견해가 언제 변했는지 물어보고, 오펜하이머는 미국이 승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게 될 것을 깨달았을 때라며 대답한다. 오펜하이머는 그로브스를 비롯한 자신에게 우호적인 증언 덕분에 공산당과 관련된 오명은 벗게 되었지만 그의 보안 인증서는 취소되고 정치적 영향력을 잃게 된다.
스트로스는 상원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려 하지만 물리학자 데이비드 힐의 증언으로 인해 실패하게 된다. 힐은 스트로스가 오펜하이머에 대한 개인적 원한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반대쪽으로 돌아선다. 스트로스는 상원에서의 기회를 잃게 되고 보좌관 역시 그의 의도를 깨닫게 되면서 스트로스에게 뒤돌아서 게 된다.
영화의 결말에서는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의 관계에 오해의 발단이자 두 사람의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준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 간의 대화가 공개된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에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아인슈타인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과학계로부터 점점 퇴물 취급을 받는 자신의 고충과 오펜하이머 역시 앞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에 대한 내용이 밝혀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추천
글을 마치며,
영화 "오펜하이머"는 앞서 언급한 대로 개인적으로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연출과 함께 내로라하는 명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다만, 유독 개봉일이 광복절이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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