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Suzume)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한 대지진은 일본 전역으로 옮겨가며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단 하루 만에 도심은 폐허로 변하고, 부모는 자식을, 자식은 부모를 잃는 비극이 벌어졌다. 이 대재난은 많은 이들에게 슬픔을 안겼으며, 세월이 흘러도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영화 속의 스즈메는 10년 전의 상처를 밤마다 꿈속에서 여전히 직면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색과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영화이다. 2017년 '너의 이름은'을 시작으로 2019년 '날씨의 아이'를 잇는 재난 3부작의 마지막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서정적이고 서술보다는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스즈메는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소타를 만난다. 그의 뒤를 쫓아 산속 폐허에서 발견한 낡은 문. 스즈메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문을 열게 되고, 마을에는 재난이 닥쳐왔다. 가문 대대로 재난을 봉인해 온 소타가 간신히 문을 닫았지만 일본 각지에 재난을 초래하는 문은 다시 열리기 시작한다.
영제: Suzume
스즈메의 문단속 개봉: 2023년 3월 8일
등급: 12세 관람가
장르: 애니메이션
감독: 2013年 '언어의 정원' 2017年 '너의 이름은' 2019年 '날씨의 아이' 신카이 마코토
국가: 일본
러닝타임: 2시간 2분
배급: (주)쇼박스
평점: 네이버 8.10 로튼토마토 7.80 5점 만점에 4.8 IMDb 7.70
스즈메의 문단속 등장인물
이와토 스즈메 목소리 - 하라 나노카
무나카타 소타 목소리 - 마츠무라 호쿠토
이와토 타마키 목소리 - 후카츠 에리
세리자와 토모야 목소리 - 카미키 류노스케
무나카타 히츠지로 목소리 - 마츠모토 코시로
니노미야 루미 목소리 - 이토 사이리
아마베 치카 목소리 - 하나세 코토네
스즈메의 문단속 인물 관계도
스즈메의 문단속 줄거리 리뷰
프롤로그
과거 대지진 당시 어머니를 잃은 어린 스즈메는 그녀를 찾아 꿈속을 헤매고 있다. 이미 폐허로 변해버린 그곳에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듯 무성한 잡초들이 허리 높이까지 자라고 있었다. 어린 스즈메는 애타게 엄마를 불러보지만 바람 소리만이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그때, 아스라하게 들려오는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신비로운 여성의 모습과 함께 스즈메는 꿈에서 깨어났다.
본문 (제1장)
이모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여고생 스즈메는 등굣길에 잘생긴 청년과 마주했다. 단번에 그의 외모에 매료되었고, 순간 모든 시간이 멈춘 듯 그를 스치듯 지나쳤다. 그때, 그가 말을 걸어왔다. "이 근방에 폐허는 없니?" "폐허?" "문을 찾고 있거든" "사람들이 안 살게 된 동네라면 저쪽 산에 있어요" "그래? 고마워." 짧은 대화였지만 스즈메의 뺨은 붉게 타올랐다. 학교로 향하던 스즈메는 등교를 포기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 그를 찾아다녔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폐허가 된 마을, 과거 온천으로 보이는 건물 안으로 스즈메는 걸음을 옮겼다. 건물보다 살짝 아래에 위치한 온천 바닥에는 마치 호수를 이룬 듯 물이 고여있고, 중앙에는 문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그가 말했던 게 저 문을 가리키는 걸까?!' 스즈메는 무언가에 홀린 듯 웅덩이에 발을 담그고 문을 열어젖혔다. 순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그곳 밤하늘은 은하수와 별들로 가득했다. 스즈메는 문을 넘어가지만 그곳에는 닿지 못하고 현실 속 물웅덩이로 다시 당도했다. 분명 문 너머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지만 그냥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닌듯했다. 그때, 스즈메는 발밑에 작은 고양이 석상을 발견하고는 들어 올리자 실제 고양이로 변모하더니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녀는 마치 귀신이라도 홀린 듯 오묘한 기운이 감돌자 그곳을 벗어나 학교로 돌아갔다. 이때부터였다. 스즈메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기이한 현상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좀 전 폐허가 된 온천에서부터 붉게 쏟아 오르는 기이한 현상을 목도하고 그곳을 향해 다시 달려갔다.
예상대로 붉게 쏟아 오르는 기이한 현상의 근원은 문에서부터였고, 아침에 마주했던 남자는 필사적으로 문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는 힘에 부쳤는지 결국 강력한 기운에 밀려 뒤로 넘어지고 스즈메는 그를 향해 달려갔다. 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기운은 삽시간 도시를 뒤덮고 강력한 지진을 동반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한번 문을 향해 달려들고, 스즈메는 두려움을 이겨내며 문을 닫기 위해 힘을 보탰다. 그는 히미즈 신을 소환하는 주문을 외며 문을 닫고는 열쇠로 걸어 잠근다.
본문 (제2장)
위험한 상황은 일단락되었고, 그는 문을 지키고 있던 요석의 행방을 물어왔다. 아마도 스즈메가 들어 올린 고양이 석상을 말하는 듯하다. 문은 현실의 이면인 저세상과 연결된 통로이며, 미미즈로 불리는 붉은 기운이 현실 세계로 넘어오면 대지진과 같은 재난이 닥치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일련의 과정에서 팔을 다쳤고 그곳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스즈메는 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팔을 치료했다. 그의 이름은 '소타'이며, 미미즈를 봉인하여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의 사명이다.
그때, 온천에서 사라진 고양이가 집 화분 난간 위에 올라서고, 소타를 나무 의자에 봉인했다. 한순간, 나무 의자에 갇혀 버린 소타는 고양이를 추격했고, 스즈메도 서둘러 그들을 쫓았다.
어두운 밤, 고양이를 추격했지만 놓쳐버린 소타와 스즈메는 에히메 현으로 향하는 배 위에 앉아 있다. 석상이었던 고양이는 다이진으로 미미즈를 봉인했던 정령이지만, 그녀로 인해 자유를 얻게 되었고, 소타는 저주에 걸려 나무 의자에 몸이 결속된 상태이다. 소타는 다이진을 찾아, 요석으로 돌려놓아야만 일본 열도의 재난을 막을 수 있고, 그 자신도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음을 느꼈다. 스즈메는 소타에게 걸린 저주가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이른 아침, 에히메 현에 도착한 스즈메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릴 적 고향을 벗어나 이모집에 자라면서 다른 지역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편 다이진은 귀여운 외모로 사람들의 SNS에 오르며 유명세를 치르고 한껏 자유를 누리는 듯 보였다. 소타와 스즈메는 SNS를 확인하며 다이진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다이진은 자신과 같이 미미즈를 봉인하고 있는 또 하나의 요석을 찾아다녔고, 저세상 뒷문을 두드릴 때면 어김없이 미미즈가 현실 세계로 빠져나와 위협을 가했다. 그럴 때면 그들은 미미즈가 나오고 있는 저세상 뒷문을 찾았고, 손이 없는 소타를 대신하여 그녀가 뒷문을 걸어 잠궜다. '스즈메 네가 문을 잠궈. 과거 여기서 살았던 사람들을 느껴봐. 그러면 열쇠구멍이 생길 거야.'
한편, 스즈메를 걱정하던 이모 타마키는 휴직 신청 후 그녀를 찾아 나서고, 스즈메와 소타는 에히메 현에서 고베, 그리고 도쿄까지 다이진의 뒤를 쫓았다.
스즈메의 문단속 결말
도쿄에 도착한 스즈메는 소타의 집에 들러 토지시(결계로 문을 닫는 자)의 옛 문헌을 살폈다. 토지시는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가문의 숙명으로, 병환으로 앓아누운 할아버지를 대신해 현재는 소타가 이행 중이다. 문헌에는 미미즈를 봉인하는 두 개의 요석, 서쪽 기둥과 동쪽 기둥이 언급되며, 토지시가 문을 닫는 것만으로 재앙을 막기 어렵다면 요석을 사용하여 봉인했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시대에 따라 봉인된 장소가 변경되었는데, 규슈에 있던 요석은 다이진으로 변모하여 도망쳤고 다른 요석은 도쿄 어딘가에서 미미즈의 머리를 누르고 있었다. 거기에는 거대한 뒷문이 존재하며 백 년 전에 한 번 열려 관동 대지진을 일으켰다. 당시의 '토지시'에 의해 닫혔지만, 다이진은 그 문을 다시 열려는 의도를 가진 듯 보였다.
도쿄의 뒷문은 개방되었고 거대한 미미즈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소타는 미미즈를 막는 과정에서 요석으로 변모하여 문을 지키는 정령이 되고 말았다. 소타를 구출하기 위해서는 저세상 문을 통과해야 했고, 스즈메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저세상 문을 통과한 기억을 떠올렸다.
스즈메는 이모 타마키와 소타의 친구 토마야의 도움을 받아 고향을 찾고, 그곳에서 저세상 문을 통과했다. 그 과정에서 그간 심술을 부렸던 다이진과 사다이진은 신의 본분을 상기하며 거대한 미미즈에 맞서 싸웠다. 스즈메는 요석으로 변모하여 미미즈의 머리를 누르고 있던 소타를 구출했고, 요석이 사라지자 미미즈는 순식간에 동일본을 뒤덮기 시작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다이진과 사다이진은 요석으로 되돌아갔고 소타와 스즈메는 각각의 요석을 미미즈의 머리에 꽂아 대재앙을 종식시켰다.
모든 상황은 끝이 나고 현실의 문을 넘기 전, 스즈메는 어릴 적 엄마를 찾아 헤매던 자신과 마주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릴 적 자신이 보았던 신비로운 여성이 미래의 나였음을 알게 된다.
있잖아 스즈메,
지금은 슬퍼도 앞으로 괜찮아질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넌 앞으로 누군가를 정말 좋아하게 되고,
너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과 만날 거야.
나는 스즈메의 내일이야.
스즈메의 문단속 해석 후기
죽음은 인류의 가장 깊은 고찰을 요구하며 다양한 관점과 해석이 존재하지만, 결국 죽음은 삶의 끝을 의미한다. 그러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감독 신카이 마코토가 의도한 바는 비단 스즈메 개인의 상실을 들추며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자국민들의 아픔을 상기시키는 목적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는 만화적 상상력을 활용해 과거 재난 속에서 사라져 버린 소중한 사람들을 되살리고 싶은 일본인들의 염원을 전하고자 했을 것이다. 영화 속의 스즈메는 비극적인 재난으로부터 사랑하는 어머니를 여의고, 하나뿐인 가족 이모 타마키의 보살핌 속에서 삶을 이어간다.
스즈메는 과거의 아픔으로부터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꿈속에서 어머니를 찾으며, 저세상 문을 넘어 그곳을 유영한다. 과거 스즈메가 넘었던 폐허 속 낡은 문은 이승이 아닌 저승으로 해석되며, 살아있는 생명은 문을 넘어갈 수 없다.(그러나 영화에서는 죽음으로 한 번 넘었던 문은 다시 넘을 수 있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이는 대지진 당시 스즈메가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회귀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녀는 '문을 닫는 자'인 소타를 만나면서 폐허 속에 갇힌 어린 시절의 스즈메와 조우한다. 즉 어릴 적 죽음의 문턱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인물이 10년 후의 나로 귀결되는데, 여기에서 해석은 간단명료하다.
과거 대지진 당시 죽음으로 저세상 문을 넘었던 어린 스즈메는 본인 스스로 죽음을 자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꿈속에 그려지는 일련의 정황들을 들여다보면 어린 스즈메는 애타게 어머니를 찾고, 폐허 속 사람들은 소녀를 가엾게 여긴다. 언뜻, 대지진이 멈추고 살아남은 사람들로 보이지만 그들 역시 재난 속 안타까운 희생자였음을 알 수 있다.
어린 스즈메는 결국 어머니를 찾아 헤매다 지쳐 주저앉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10년 후의 나로부터 희망의 메시지를 얻게 된다. 그리고 어린 스즈메는 다시 일어나 문을 통과하며 혹독한 현실 세계로 돌아간다. 즉 스스로를 구원한 셈인데, 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상실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대신할 수 없음을 말해 주는 듯하다.
세상에서 비극적이지 않은 죽음이란 없다. 죽음에는 모든 사연을 가지며, 남은 사람들에게 혹은 가족들에게 상실과 아픔을 동반한다. 죽음은 비극적이지만 자연스러운 완결점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남은 이들은 죽은 자들의 염원을 이루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을 것이다. 죽음은 비극적인 인류의 숙명이지만, 죽음에도 모든 이야기와 감정이 함께하며, 남은 사람들이 그들을 기리면서 치유되기를 진정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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