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기 폭파 사건(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 – 그날에 이야기

칼기 폭파 사건(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 – 그날의 이야기

1987년 11월 29일, 중동 바레인을 출발한 대한항공 858편은 서울로 향하는 여정 중 미얀마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승객 95명과 승무원 20명을 태운 비행기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비행기가 사라지다

이날 대한항공 858편은 이라크 바그다드를 출발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를 거쳐 태국 방콕을 경유한 후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얀마 근처 해역을 지날 즈음, 갑작스럽게 교신이 두절되었다. 비행기가 사라진 시간은 현지 시각으로 오후 2시경. 아무런 조난 신호도 없었다.

 

가족들은 애타게 소식을 기다렸지만, 정부와 대한항공 측에서도 사고 원인을 알지 못했다. 실종된 비행기는 결국 안다만 해역 위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었고, 승객과 승무원 115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배후는 누구인가?

사건의 실마리는 바레인 공항에서 붙잡힌 두 명의 승객으로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일본인 부녀로 위장했던 그들은 태국 방콕에서 도쿄행 항공편을 기다리던 중 체포되었다. 그중 남자는 체포 직후 독극물 앰플을 깨물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은 여자는 죽기 직전까지도 저항했지만, 끝내 독극물을 삼키지 못하고 생존했다. 그녀의 이름은 김현희, 바로 북한 공작원이었다.

 

충격적인 자백

김현희는 조사 과정에서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녀는 북한의 지령을 받아 대한항공 858편을 폭파했다고 자백했다. 그녀와 동료 공작원 김승일은 바그다드 공항에서 대한항공 858편에 탑승했고, 그들의 짐에는 폭탄이 숨겨져 있었다. 목적지는 서울이었지만, 그들은 항공기의 중간 경유지인 아부다비에서 내린 뒤, 방콕을 거쳐 일본으로 도망칠 계획이었다.

 

그녀가 설치한 폭탄은 시한장치가 부착된 소형 라디오와 액체 폭약을 넣은 리큐어 위스키 병에 숨겨져 있었다. 그 폭탄이 기내에서 폭발하면서 858편은 공중에서 산산조각 났던 것이다.

 

사건의 배경과 의도

김현희는 이 사건이 북한의 김정일이 직접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대한민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었고, 북한은 이를 방해하기 위해 테러를 감행했다. 북한의 목표는 한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외국 선수들과 관광객들이 서울 올림픽을 기피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김현희의 사면과 그 이후

김현희는 대한민국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북한 정권에 의해 조종된 피해자"로 인정되어 1990년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후 그녀는 북한의 실상을 폭로하는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으며,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이를 계기로 안보 강화와 대테러 대책을 더욱 철저히 마련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의 희생자 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사라진 비행기의 잔해조차 찾지 못한 채, 그날의 진실은 먼 바닷속에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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