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 — 삶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죽음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너무 오래되어서 새롭고, 너무 개인적이어서 보편적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설명하려 들면 말이 느려진다. 죽음은 정의되기보다는 감지된다. 특정한 순간, 특정한 나이에, 특정한 고요 속에서.
어릴 때의 죽음은 이야기였다. 동화 속에서 누군가는 사라지고, 영화 속에서 누군가는 눈을 감았다. 그것은 슬펐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다시 불이 켜지고, 다음 장면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죽음은 언제나 화면 밖에 있었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 죽음은 배경이 아니라 전경으로 다가온다. 부모의 등이 작아지고, 친구의 이름 옆에 병명이 붙고, 장례식이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삶의 일정 중 하나로 들어온다. 이때부터 죽음은 ‘언젠가’가 아니라 ‘이미’의 문제로 바뀐다.
죽음은 끝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끝 그 자체가 아니다. 더 이상 고칠 수 없는 상태, 되돌릴 수 없는 시간, 미처 다 말하지 못한 문장들이다. 죽음은 침묵이 아니라 미완성에 가깝다.
사람들은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비유를 사용한다. 잠, 여행, 귀향. 그러나 어떤 비유도 충분하지 않다. 잠은 다시 깨어나고, 여행은 돌아올 수 있으며, 귀향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죽음은 이 모든 조건을 거부한다. 그래서 죽음은 비유를 허용하면서도 완전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죽음이 삶을 비추는 방식이다. 죽음을 생각할수록 삶의 세부가 또렷해진다. 어떤 관계가 중요한지, 무엇을 끝까지 붙잡고 싶은지, 무엇은 놓아도 되는지. 죽음은 삶의 반대편에 서서 삶을 정리해준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평등해진다. 직업도, 재산도, 사회적 역할도 마지막 순간에는 효력을 잃는다. 그 평등함은 잔인하지만 동시에 이상하다.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사실은 공포이면서도 위안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감각.
그럼에도 우리는 죽음을 멀리 둔다. 바쁘다는 이유로, 아직은 아니라는 이유로. 하지만 죽음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존재한다. 삶의 모든 선택 옆에 작은 각주처럼.
죽음이란 무엇인가. 어쩌면 그것은 삶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가장 정직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이대로 괜찮은가. 지금의 하루는 충분했는가. 아직 말하지 않은 말이 있는가.
그 질문에 완벽한 답은 없다. 다만 매일의 삶이 그 질문에 대한 임시 답변이 될 뿐이다. 오늘을 어떻게 살았는지가, 죽음이라는 질문에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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