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약》은 실화일까? 실제 인물의 사랑 이야기와 그 후의 선택

할리우드 로맨스 영화는 흔하다. 하지만 《서약(The Vow)》은 달랐다. 이 영화는 그저 낭만적인 판타지가 아니다. 기억을 잃은 아내, 그리고 그녀를 다시 사랑하게 만든 남편. 믿기 힘들 만큼 극적이고, 오히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 이야기는 실제 부부, 킴과 크리킷 카펜터의 삶에서 시작됐다.

기억을 잃은 아내와 끝까지 사랑을 지킨 남편. 그들의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어떻게 재현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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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약》은 실화일까? – 실제 부부 킴과 크리킷 이야기

1992년, 뉴멕시코. 평범한 전화 한 통이 모든 것을 바꿨다. 야구 코치 킴 카펜터가 스포츠웨어 회사에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이는 고객 상담원 크리킷. 몇 분짜리 통화가 대화로, 대화가 만남으로, 결국 사랑으로 이어졌다. 1993년 9월,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린다.

하지만 단 두 달 뒤, 운명은 잔혹하게 뒤집혔다. 고속도로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고. 두 대의 트럭과 충돌한 차량은 공중으로 튕겨 올랐고, 크리킷은 처참하게 찌그러진 차 안에 갇혔다. 혼수상태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난 그녀는 남편에 대한 기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이름조차, 결혼조차— 모르는 낯선 남자가 눈앞에 있었다.

그때부터 킴의 싸움이 시작됐다. 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피닉스까지 오가며 그녀 곁을 지켰고, 결혼식 사진과 영상을 반복해 보여주며 기억을 되살리려 했다. 하지만 뇌 손상은 단순한 기억만이 아니라 성격까지 바꾸어놓았다. 킴은 “마치 한 몸 안에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포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크리킷도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 내가 이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면, 지금도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두 사람은 결국 기억이 아니라 감정으로 다시 관계를 쌓았다.

1996년, 그들은 결혼식을 새로 올렸다. 이번엔 기억 회복을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사랑’을 맹세하는 순간이었다. 킴은 말했다. “모든 걸 하나님께 맡기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선택하며 살아가기 시작했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책 『The Vow: The Kim and Krickitt Carpenter Story』(2000)로 먼저 세상에 알려졌고, 2012년 발렌타인데이에 영화 《서약》으로 전 세계 관객에게 소개됐다.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눈물을 훔쳐냈다.

킴 카펜터의 말은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나는 영웅이 아닙니다. 단지, 내가 했던 서약을 지켰을 뿐입니다.”

사랑을 잃고, 다시 사랑을 선택한 사람들. 스크린 위, 그 감정은 어떻게 흘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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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약》 그 후의 이야기

하지만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2018년, 결혼 25주년을 맞은 해에 두 사람은 결국 이혼을 발표했다. 크리킷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나는 평생의 서약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녀가 남편 킴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뒤 내린 결정이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사랑 이야기는 그렇게 균열을 맞았다. 그러나 부모로서의 역할은 놓지 않았다. 크리킷은 “두 아이를 얻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상처 속에서도 사랑을 향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스크린 위에서 《서약(The Vow)》은 영원한 약속을 그려냈다. 2012년 발렌타인데이에 개봉한 이 영화는 전 세계에서 약 1억 9천6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했고, “기억보다 더 깊은 사랑”이라는 메시지는 수많은 관객의 가슴에 각인되었다. 하지만 실제의 킴과 크리킷의 이야기는, 그 사랑이 얼마나 강렬했는지와 동시에 얼마나 연약할 수 있는지를 함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