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역사 총정리 — 제국의 기억이 현재를 만든 나라
제국을 너무 많이 가졌던 나라
이란은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나라다.
정복당한 기억보다, 제국이었던 기억이 더 오래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중동’이라 부르는 이 땅은, 이란인들에게는 단순한 지역이 아니라 문명의 기원이다.
메소포타미아 옆에서 시작된 엘람 문명, 그리고 기원전 1천 년 무렵 중앙아시아에서 내려온 인도유럽계 유목민들.
이들이 정착하며 만들어 낸 첫 정치 공동체가 메디아 왕조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 ‘최초의 이란 왕조’의 후손들이 오늘날 쿠르드족이라는 사실이다.
국가는 사라졌지만, 민족은 남았다.
이란의 역사는 처음부터 이렇게 상실을 내포한 역사였다.
페르시아: 이름이 곧 기억이 된 제국
이란의 정체성을 결정지은 것은 단연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다.
키루스 대왕, 다리우스 1세.
그리스와 로마의 시선에서 ‘적’으로 기록된 이 제국은, 실제로는 당대 최대의 다민족 행정 국가였다.
중요한 건 영토의 크기가 아니다.
이 시기에 이란인들은 처음으로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세계를 다스려본 적이 있는 민족이다.”
이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알렉산드로스에게 멸망한 뒤에도, 파르티아와 사산조 페르시아가 차례로 등장하며
이란은 로마와 대등한 문명 경쟁자로 수백 년을 버틴다.
특히 사산조 페르시아는 조로아스터교를 국교로 삼으며
기독교 로마 vs 조로아스터 페르시아라는 문명 충돌의 원형을 만들어 낸다.
오늘날 ‘문명 간 충돌’이라는 개념은, 사실 이 시기에 이미 실험된 셈이다.
이슬람의 정복, 그리고 800년의 기억
7세기, 이란은 무너진다.
이번에는 제국이 아니라 정체성이 무너진다.
아랍 이슬람 세력의 정복 이후, 이란은 약 800년 동안
아랍, 투르크, 몽골이라는 외부 민족의 지배를 차례로 겪는다.
중요한 지점은 여기다.
- 이란은 이슬람을 받아들였지만
- 아랍이 되지는 않았다
언어는 여전히 페르시아어였고, 민족적 자의식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 시기에 이란 사회에는 독특한 문화가 형성된다.
겉으로는 순응하지만, 속마음은 숨긴다.
직설을 피하고, 완곡함으로 생존한다.
오늘날 이란 사회에서 자주 언급되는 타아로프(Ta’arof)—
말과 속마음이 어긋나는 예절 문화—는
이 긴 억압의 시간이 남긴 흔적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시아파 이란의 탄생: 사파비 왕조
현재의 이란을 만든 결정적 전환점은 사파비 왕조(16세기)다.
이 시기, 이란은 스스로 선택한다.
“우리는 시아파 이슬람 국가가 된다.”
당시 중동의 다수는 수니파였다.
이란은 의도적으로 종교적 소수자의 길을 택했고,
국가 권력으로 시아파를 강제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종교 지형을 완성한다.
이 선택 하나로,
- 이란 vs 오스만(수니)
- 이란 vs 사우디(수니 종주국)
이라는 구도가 구조적으로 굳어진다.
오늘의 중동 갈등은 이 지점에서 이미 설계되었다.
근대의 굴욕, 그리고 서구에 대한 기억
19세기 카자르 왕조 시기, 이란은 유럽 열강의 각축장이 된다.
러시아와 영국은 이란의 영토를 갈라 먹었고,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조지아·아프가니스탄 일부가 이때 떨어져 나간다.
이 시기는 이란인들에게 이렇게 기억된다.
“우리는 약해졌을 때, 세계는 우리를 존중하지 않았다.”
이 감정은 이후 모든 외교 태도의 저변이 된다.
팔레비 왕조와 혁명: 서구화의 실패
20세기, 팔레비 왕조는 강제적 서구화를 추진한다.
히잡 금지, 세속화, 군주 독재.
결과는 아이러니했다.
서구화는 근대화를 가져왔지만, 존엄을 회복시키지 못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은 단순한 종교 혁명이 아니다.
그것은 이렇게 선언하는 사건이었다.
“우리는 다시는 타인의 기준으로 살지 않겠다.”
지금의 이란을 이해하는 하나의 문장
이란은
제국이었던 기억, 굴욕당한 근대, 종교로 선택한 정체성이
겹겹이 쌓인 나라다.
그래서 이란은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그래서 이란은 고립을 감수한다.
그래서 이란은 자신을 ‘문명’으로 생각한다.
이것이 오늘, 이란을 바라볼 때 반드시 깔고 가야 할 역사적 바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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