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없는 시선, 그 집착의 정점. 극한의 연출로 탄생한 다섯 편의 영화. 한 테이크로 현실을 재단한 그 세계를 들여다본다.
원테이크·롱테이크 영화란?
하나의 컷, 단 한 번의 테이크처럼 보이는 연출. 원쇼트 스타일의 영화는 마치 편집이 없는 듯한 흐름 속에서, 오로지 카메라의 움직임과 배우의 연기로 서사를 이끌어간다.
이는 ‘끊기지 않는 시선’을 통해 전체 영화를 설계하는 장르적 실험이며, 연출의 대담한 도전이다. 실제 촬영 과정에서는 여러 테이크와 편집이 사용되지만, 관객에게는 하나의 테이크처럼 느껴지도록 설계된다.
이 방식은 관객을 이야기의 흐름 속으로 더욱 깊이 끌어당기며, 눈앞에서 현실처럼 벌어지는 생생한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특정 시퀀스를 길게 끊지 않고 촬영하는 ‘롱테이크’ 기법이 더해지면, 인물의 감정선과 공간의 긴장감까지 한 호흡으로 따라가게 된다.
지금부터 반드시 한번쯤 경험해볼 만한 ‘유사 원쇼트’ 혹은 ‘원테이크 스타일’ 영화들을 소개한다.
📌 FAQ: 원테이크·원쇼트·롱테이크의 차이
원테이크·원쇼트·롱테이크의 차이
원테이크, 원쇼트, 롱테이크. 말끝을 따라오는 이 낱말들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그 속엔 미세하고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마치 실시간과 실감 사이, 진짜와 그럴듯함 사이의 경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적 시간을 다룬다.
Q. 원테이크 (One Take)란?
A. 원테이크는 하나의 테이크로 장면 전체를 끊김 없이 촬영하는 방식이다. 배우, 카메라, 조명, 모든 스태프가 단 하나의 흐름 안에 맞물려야 하며, NG는 곧 촬영 전체의 재시작을 의미한다. 연습이 아닌 실전, 반복이 아닌 일회성의 승부다.
Q. 원쇼트 (One Shot)란?
A. 원쇼트는 실제로는 여러 테이크와 편집을 정교하게 이어붙여, 관객이 하나의 장면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연출 방식이다. 편집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몰입도 높은 체험을 제공한다.
Q. 롱테이크 (Long Take)란?
A. 롱테이크는 특정 장면이나 시퀀스를 오랫동안 끊지 않고 촬영하는 기법이다. 장면 내에서 컷 없이 지속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감정의 흐름과 공간의 리얼리티가 강조된다. 일반적으로 15초 이상이면 관객은 편집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참고: 이야기의 구조를 이해하려면, 장면의 단위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1. 1917 – 완벽한 롱테이크 전쟁 영화의 정점

1917 (2019, 감독 샘 멘데스) – DreamWorks Pictures, Reliance Entertainment, New Republic Pictures, Neal Street Productions, Amblin Partners, Mogambo (in association)
OTT: coupang play, APPLE TV+, U+모바일tv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두 병사가 전쟁터를 가로질러 한 통의 명령서를 전달하기 위해 달리는 이야기. 이 영화는 기술적으로 여러 테이크를 연결한 것이지만, 관객이 느끼기에는 ‘완벽한 원쇼트’처럼 보이도록 설계되었다. 전장의 참혹함, 고독, 긴박함이 끊김 없이 이어지는 카메라 안에서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카메라가 인물을 따라 걷고, 달리고, 숨어드는 리듬은 전쟁 영화의 몰입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2. 버드맨 (Birdman) – 원테이크처럼 설계된 연극적 영화

버드맨 (Birdman, 2014,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 New Regency Pictures, M Productions, Le Grisbi Productions, TSG Entertainment, Worldview Entertainment
OTT: WATCHA, Disney Plus, coupang play, APPLE TV+, U+모바일tv, wavve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배우 출신 주인공이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예술적 복귀를 시도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 전체가 무대와 백스테이지를 넘나들며 마치 하나의 긴 테이크로 구성된 것처럼 보인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와 끊기지 않는 카메라가 맞물리며, 관객은 마치 연극을 무대 뒤에서 지켜보는 배우의 눈이 된 듯한 착각을 경험하게 된다. 인물의 내면이 카메라의 동선과 함께 요동치는 연출이 인상 깊다.
3. 러시아 방주 (Russian Ark) – 진짜 원테이크로 찍힌 역사 여행

러시아 방주 (Russian Ark, 2002, 감독 알렉산더 소쿠로프) – Hermitage Bridge Studio (Russia), Egoli Tossell Pictures (Germany), The State Hermitage Museum (Russia), Ministry of Culture of the Russian Federation (Russia), Mitteldeutsche Medienförderung (MDM) (Germany)
이 작품은 실제로 96분 동안 단 한 번의 컷도 없이 촬영된 진짜 원테이크 영화다. 러시아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배경으로, 300년의 역사를 시간 여행하듯 흘러간다. 연극처럼 펼쳐지는 다양한 역사적 장면들과 수백 명의 배우들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시공간을 초월한 이 거대한 미술관 투어는 영화가 시도할 수 있는 형식미의 정점을 보여준다.
4. 빅토리아 (Victoria) – 138분 실시간 롱테이크 스릴러

빅토리아 (Victoria, 2015, 감독 세바스티안 쉬퍼) – MonkeyBoy, Deutschfilm, RadicalMedia, Westdeutscher Rundfunk (WDR), ARTE
독일 베를린의 새벽, 클럽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과 하룻밤을 보내게 된 한 여성의 이야기. 단 한 번의 테이크로 138분의 러닝타임 전체를 담아낸 이 작품은 이야기의 몰입감과 리얼리티 모두에서 극한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즉흥적인 연기와 도시의 살아있는 풍경이 어우러져, 영화라기보다는 체험에 가까운 감각을 만든다.
참고: 원테이크 장면이 감정을 이끌었다면, 그 시작은 테이크라는 구조에서 비롯됐다.
5. 타임코드 (Timecode) – 다중화면으로 확장된 원테이크 실험

타임코드 (Timecode, 2000, 감독 마이크 피기스) – Screen Gems, Red Mullet Productions
네 개의 분할된 화면이 동시에 진행되는 독특한 구성. 각각의 화면은 하나의 카메라로 찍힌 원테이크이며, 이들이 나란히 놓이면서 전체 서사를 구성한다. 시선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관객 스스로 선택하게 만드는 이 실험적인 작품은 원쇼트라는 개념을 공간적으로 확장한 흥미로운 예다.
원쇼트 영화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가?
원쇼트는 단순한 기술적 장식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단절 없이 흐르게 하여 관객을 ‘이야기의 현장’에 가둔다. 이 방식은 극적인 몰입을 유도할 뿐 아니라, 인물의 감정 변화나 사건의 진폭을 생생히 느끼게 한다. 또, 실시간성과 현실감은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며, 편집이라는 보호막 없이 서사와 연출의 모든 것이 날것으로 드러난다.
마무리하며
원쇼트 영화는 모든 것을 ‘숨김 없이 보여주겠다’는 연출의 선언이자, 배우와 스태프의 집중력이 빚어낸 영화적 서커스다. 일상의 리듬에서 벗어나 실시간의 흐름 안으로 빠져들고 싶다면, 원쇼트 영화는 당신을 그 흐름 한복판으로 데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