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쇼트와 원테이크는 인생처럼 편집되지 않는다. 순간은 흘러가고, 감정은 겹쳐지고, 실수조차 이어진다. 그것은 모든 진짜 흐름을 숨기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원쇼트란 무엇인가?
컷 없이 이어지는 영화 촬영 기법의 본질
영화의 세계는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장면을 어떤 렌즈로, 어떤 거리에서, 어떤 움직임으로 담아낼 것인가. 그 수많은 선택들 중에서도, 원쇼트(One-Shot)라는 기법은 가장 과감하고, 가장 집요한 선택이다. 단 하나의 쇼트, 단절 없이 이어지는 카메라의 호흡. 마치 우리가 현실을 살아가듯—자르지 않고, 숨기지 않고,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 모든 것을 밀어넣는다.
원쇼트 기법의 정의
일반 촬영 vs 원쇼트, 무엇이 다른가?
원쇼트란 말 그대로, 하나의 쇼트로 구성된 장면을 뜻한다. 일반적인 영화 제작 방식에서는 한 장면을 다양한 각도와 거리에서 여러 번 촬영한 후, 편집을 통해 이를 조합한다. 하지만 원쇼트는 그 모든 편집적 여유를 스스로 포기한다. 컷을 나누지 않고, 한 번의 촬영으로 장면 전체를 완성하려는 시도. 그것이 바로 원쇼트다.
참고: 이야기의 구조를 이해하려면, 장면의 단위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페이크 원쇼트와 리얼 원테이크의 차이
버드맨과 러시아 방주로 이해하는 원쇼트의 스펙트럼

이 기법의 극단적인 형태는 영화 전체를 하나의 테이크처럼 보이게 만드는 ‘페이크 원쇼트(faux one-shot)’ 또는 진짜 한 번의 테이크로 완성된 ‘리얼 원쇼트’다. 대표적인 예로는 영화 버드맨(Birdman, 2014)이 있다. 이 영화는 기술적으로는 여러 컷을 정교하게 이어붙였지만, 마치 한 번의 테이크로 모든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되었다. 반면 러시아 방주(Russian Ark, 2002)는 96분간 단 한 번의 촬영으로 완성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진짜 원테이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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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원테이크 vs 페이크 원쇼트: 감정을 설계하는 두 방식
원쇼트의 극단적인 형태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페이크 원쇼트(faux one-shot)’, 다른 하나는 ‘리얼 원테이크(real one-take)’다.
페이크 원쇼트는 여러 개의 쇼트를 정교하게 연결해, 마치 하나의 테이크처럼 보이도록 연출된 방식이다. 카메라는 끊겼지만, 관객의 인식은 끊기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버드맨(Birdman, 2014)>이 있다. 이 영화는 시간의 흐름과 동선을 속이듯 설계해, 현실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심리를 자연스럽게 끌고 간다. 편집의 흔적은 지워졌고, 시선은 그대로 흘러간다.
반면 리얼 원테이크는 실제로 한 번의 카메라 테이크로 전체 영화 또는 긴 시퀀스를 촬영한 기법이다. <러시아 방주(Russian Ark, 2002)>는 대표적인 예다. 이 영화는 단 1회의 촬영으로 96분간 33개의 방과 2,000명의 배우를 오가며 역사의 흐름을 담았다. <1917(2019)>도 리얼 원테이크에 가까운 페이크 원쇼트로, 관객을 전장의 한복판에 밀어 넣는다.
이 두 방식은 감정 전달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리얼 원테이크는 실제 시간의 흐름과 인물의 감정 곡선을 1:1로 따라가게 하며, 일종의 감정 몰입 실험처럼 작동한다. 긴장, 갈등, 피로, 모든 것이 현실 시간 속에서 관객에게 이식된다. 반면 페이크 원쇼트는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리듬을 조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장면 간 흐름은 매끄럽지만, 필요한 순간엔 속도와 집중력을 조절하며 감정을 더 날카롭게 조율할 수 있다.
즉, 리얼 원테이크는 배우와 스태프 모두의 집중력과 테크닉의 총합,
페이크 원쇼트는 연출자의 리듬감과 감정설계 능력의 정수다.
둘 다 원쇼트라는 철학을 품고 있지만, 하나는 현실처럼 흐르고, 다른 하나는 환상처럼 구성된다.
참고: 원테이크 장면이 감정을 이끌었다면, 그 시작은 테이크라는 구조에서 비롯됐다.
왜 원쇼트를 선택하는가?
현실감과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원쇼트의 힘
그렇다면 왜, 굳이 이렇게 힘든 방식을 택하는가?
원쇼트는 현실감을 극대화한다. 시청자가 컷의 전환 없이 인물의 동선을 따라가게 되면, 마치 그 공간 안에 함께 있는 듯한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인물이 숨을 내쉴 때 관객도 숨을 쉬고, 인물이 흔들릴 때 관객도 그 진동을 체감하게 되는 것. 원쇼트는 서사의 흐름을 끊지 않음으로써 시간의 감각, 감정의 여진, 공간의 리듬을 고스란히 이어붙인다.
또한 원쇼트는 연출자와 배우, 촬영감독 모두에게 치밀한 계산과 완벽한 호흡을 요구한다. 한 번의 실수도 허락되지 않는다. 세트의 모든 요소가 연속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카메라 워킹은 마치 무용처럼 설계된다. 그 때문에 원쇼트는 단순한 기교를 넘어서, 연출적 신념의 표현이 된다. “나는 이 장면을 한 번의 흐름으로 전달하고 싶다”는 선언.
장르별로 달라지는 원쇼트의 감정 연출
공포, 드라마, 서스펜스에서의 심리적 효과
하지만 원쇼트의 진정한 매력은 기술에 있지 않다. 그것은 감정의 응집력이다. 공포영화에서 원쇼트는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데 탁월하고, 드라마 장르에서는 인물 간의 감정 교류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서스펜스 장르에선 시점을 제한함으로써 미지의 공포를 증폭시킨다. 우리가 볼 수 없는 구석에서 무언가 다가오고 있다는 암시는, 컷을 나누는 순간 사라지기 때문이다.
참고: 감정은 단지 연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카메라가 설계한 길을 따라 나온다.
편집 없는 영화 연출의 미학
원쇼트가 ‘보여주지 않음’으로 만드는 감정의 파장
결국, 원쇼트는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보여주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연출의 미학이다. 편집이라는 도구를 쓰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강력한 감정적 효과를 불러온다. 그 안에는 거짓 없이 바라보려는 시선, 끊기지 않은 시간에 대한 신뢰, 그리고 호흡 하나까지 설계된 영화적 리듬이 담겨 있다.
원쇼트는 그래서 하나의 기법이자, 하나의 철학이다. 그리고 그 철학은 묻는다.
당신은 얼마나 오랫동안, 끊기지 않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