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 줄거리·결말·해석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표면만 본다면 그것은 사랑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한 멜로나 흔한 미스터리라 부르기엔 어딘가 빗겨나 있다. 이야기 속에서는 감정과 이성이 얽히고, 진실과 거짓이 겹쳐지고, 욕망과 도덕이 미묘하게 충돌한다. 이 영화는 그 흔들림의 한가운데서 인간의 마음이 어디로 기울어가는지를 끝까지 쫓아간다.

영화 헤어질 결심 정보: 감독·장르·평점·OTT

  • 영제: Decision To Leave
  • 장르: 멜로/로맨스
  • 감독: 박찬욱
  • 개봉: 2022년 6월 29일
  • 평점: IMDb 7.3/10, Rotten Tomatoes 94%, Naver 8.98
  • 러닝타임: 2시간 18분
  • OTT: TVING, NETFLIX, coupang play, U+모바일tv, WATCHA, wavve, APPLE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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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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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 2022 CJ ENM Co., Ltd., MOHO FILM.

서래 (탕웨이)

중국에서 건너온 간병인. 그녀의 한국어는 낯설게 울린다. 책 속 문장을 꺼내온 듯, 지나치게 문어체에 가깝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이름으로 귀화했지만, 삶은 늘 벼랑 끝이었다. 밀입국, 폭력, 소송… 어떤 것도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이상할 만큼 차분했고, 그 차분함은 때로 계산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얼굴에 드러나는 미소와 침묵 중 무엇이 진심이고 무엇이 위장인지는, 끝내 알 수 없다.

해준 (박해일)

부산 강력계 형사. 깔끔한 정장에 러닝화를 신는 습관은 집착에 가까웠다. 예민한 후각과 절제된 몸가짐은 그의 무기였지만, 불면은 그를 잠식하고 있었다. 살인 사건이 드문 현실은 공허했고, 그 공허 속에서 서서히 균열이 자라났다. 그녀와 마주한 순간부터였다. 직업의 경계로 시작된 시선은 어느새 사적인 감정으로 번져, 그 자신조차 어디까지가 임무이고 어디부터가 욕망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정안 (이정현)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팀 과장. 수학과 통계에는 강하지만, 가사에는 서툴다. 남편 해준과의 삶은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였으나, 그 안정은 얇은 유리처럼 금이 가 있었다. 일상 속에서 다른 남자의 존재를 은근히 드러내며, 해준이 잃어버린 감정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녀의 선택은 단순한 외도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이자 신호였다.

수완 (고경표)

해준의 후배 형사. 직선적인 성격, 강압적인 수사, 총기에 대한 집착은 그의 조급한 내면을 드러낸다. 그러나 허술한 겉모습과 달리, 그는 해준이 놓친 감정을 빠르게 감지한다. 무심히 던진 한마디가 때로는 사건의 결을 바꾸며, 해준과 서래의 관계에서 가장 먼저 위태로움을 눈치챈 사람이기도 하다.

연수 (김신영)

이포서 형사. 존재감은 희미해 보이지만, 예기치 않은 순간에 단서를 흘려 사건의 흐름을 바꾼다. 무심하게 내뱉은 말이 의외의 파문을 일으키며, 이야기의 방향을 흔드는 작은 파동이 된다.

기도수 (유승목)

서래의 첫 남편. 은퇴한 출입국 관리. 겉으로는 등산과 장비, 유튜브로 꾸며낸 삶을 자랑했으나, 집 안에서는 폭력적인 소유자였다. 서래의 몸에 새긴 문신조차 사랑이 아닌 지배의 흔적이었다. 끝내 그의 시체가 산기슭에서 발견되면서, 모든 사건이 시작된다.

임호신 (박용우)

서래의 두 번째 남편. 투자 전문가라 포장했지만 실상은 사기꾼이었다. 폭력은 없었으나 사랑도 없었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내세우면서 맞춤법은 엉망인 모습은, 허술함과 속임수를 동시에 드러냈다.

홍산오 (박정민)

질곡동 사건의 용의자. 감옥을 두려워하면서도 죽음을 입에 올리는 불안한 남자. 여성에게 매혹되면서 동시에 파괴를 불러오는 그의 그림자는, 해준과 서래의 관계를 뒤틀어 놓은 또 하나의 거울 같았다.

사철성 (서현우)

임호신에게 사기를 당한 노년 여성의 아들. 폭력 전과로 동네에선 ‘철썩이’라 불렸다. 어머니의 죽음은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았고, 서래와 얽히면서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또 하나의 가해자로 변했다. 누가 이용했고, 누가 휘말렸는지는 끝내 모호하게 남는다.

헤어질 결심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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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 2022 CJ ENM Co., Ltd., MOHO FILM.

형사 장해준은 불면증에 시달린다. 범죄의 진실은 언제나 머리맡을 떠나지 않고, 잠이라는 안식처마저 그에겐 허락되지 않는다. 부산에서 근무하는 그는, 발전소에서 일하는 아내 정안과는 일주일에 한 번 이포에서 얼굴을 마주할 뿐이다. 부부는 점점 ‘타인’이라는 말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해준의 마음속엔 그 틈을 메워줄 어떤 감정이 서서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사건은 기도수라는 은퇴한 출입국 관리의 변사체였다. 산기슭의 바위 아래서 발견된 그 남자의 죽음은 처음부터 ‘사고’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았다. 해준과 파트너 수완은 피해자의 젊은 아내, 송서래에게 시선을 돌린다. 무언가 이상했다. 슬픔의 그림자는 얇았고, 그녀의 몸에는 설명되지 않는 상처들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중국 출신의 이민자였다. 말이 없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마치 누군가의 질문이 아니라 기억 속 장면에 대답하듯 말했다. 그러나 해준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은 직업 윤리를 벗어나 어느새 그녀의 아파트 창문 너머에 닿아 있었다. 그것이 관찰인지, 집착인지, 아니면 사랑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경계였다.

서래는 말했다. 어머니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펜타닐 알약을 건넨 적이 있다고. 그녀의 삶은 언제나 누군가를 지켜보며 살아야 했고, 이번엔 해준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한 통의 편지를 내밀었다. 기도수가 남긴 것이라며. 거기엔 부패한 사업 거래에 대한 고백이 적혀 있었고, 해준은 그것을 ‘유서’로 해석했다. 그는 수완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자살로 종결시켰다.

헤어질 결심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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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 2022 CJ ENM Co., Ltd., MOHO FILM.

서래와 해준은 서로를 침식했다. 잠 못 이루는 밤, 해준은 그녀의 아파트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서래는 그의 삶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그녀는 그의 불면을 덜어주기 위해 과거의 사건 자료를 불태웠고, 해준은 그녀와의 시간이 진실이라는 착각 속에서 현실을 놓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준은 깨달았다. 치매를 앓는 노인의 휴대폰, 기묘하게 일치하는 계단 수, 바뀌어 있던 전화기. 퍼즐은 맞춰졌다. 그녀는 휴대폰을 바꾸고 산을 올랐고, 기도수를 밀어 떨어뜨렸다. 그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를 처벌하지 않았다. 오히려 증거를 파괴하라고 지시했다. 해준은 무너졌다.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그 말은 어느 누구에게보다 자신을 향한 고백이었다.

시간이 흘러, 해준은 이포로 내려와 정안과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삶은 고요하지 않았다. 다시 등장한 서래. 이번엔 사업가 임호신의 아내로. 얼마 후 호신은 자택 수영장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다. 해준은 이번에도 그녀가 관련되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사철성이라는 또 다른 이민자가 나타나,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한다. 서래는 무관한 척하지만, 진실은 겹겹이 감춰져 있었다.

사건의 실마리는 서서히 드러난다. 서래는 사철성의 어머니에게 펜타닐을 투약했고,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사철성이 호신을 살해할 것을 예견했다. 그녀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살인을 유도했다. 법과 도덕의 틈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을 타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해변. 그녀는 스스로 구덩이를 파고, 밀물이 차오르기를 기다린다. 해준은 그곳에 도착하지만, 그녀를 찾지 못한다. 발아래 어딘가에 그녀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는 모래사장을 헤매며 절규한다. 그의 외침은 더 이상 수사를 위한 것도, 정의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순수한 인간으로서의 절망이었다.

헤어질 결심 해석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은 멜로드라마와 누아르의 경계 위에서 태어난 기묘한 영화다. 산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죽음은 형사 해준과 용의자 서래의 만남을 불러오지만, 사건은 곧 구실로 밀려나고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감정의 결이 영화의 핵심을 이룬다. 중요한 것은 범죄의 실체가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 말하지 않은 채 스며드는 욕망과 침묵이다.

해준은 성실하고 깔끔한 형사이지만, 무력감과 불면증에 잠식된 인물이다. 서래는 이방인으로서 애도의 그림자와 생존의 본능을 동시에 지닌 존재다. 그들의 만남은 수사와 피의자의 구도가 아니라, 각자가 결핍 속에서 자신을 비추는 거울을 발견하는 순간에 가깝다.

영화의 사랑은 관찰과 감시의 언어로 표현된다. 해준은 서래를 뒤쫓고, 휴대폰을 열람하며, CCTV 화면과 녹음된 음성을 반복해 듣는다. 본래라면 범죄수사의 장치일 이 ‘거리두기적 응시’는, 이 영화 안에서 오히려 집요한 사랑의 은유로 변한다. 관찰은 감정의 표현이 되고, 감시는 애정의 방식이 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서래 역시 그 시선을 자각하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사랑은 따라서 ‘응시’와 ‘들킴’의 교환 속에서 전개된다.

시각적으로도 이 응시는 공간을 초월한다. 해준이 서래의 집 안에 있는 듯 묘사되는 장면들은,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는 감정적 밀착을 상징한다. 여기서 박찬욱은 인물의 심리적 긴장을 시각적 언어로 치환하며, 영화적 사랑의 본질을 응시의 교환으로 번역한다.

그러나 사랑은 끝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서래는 해준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더럽고 위험한 존재로 남기고, 사랑조차 거짓 속에 은폐한다. 그녀의 결말,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지는 선택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사랑의 극단적 형식이다. “찾을 수 없도록 사라지는 것”은 곧 “영원히 기억 속에 머무는 것”이 된다.

〈헤어질 결심〉은 사랑을 고백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백의 부재, 완결되지 못한 감정, 미결 사건으로 남는 관계에서 서사의 정점을 찾는다. 박찬욱이 창조한 이 멜로드라마는, 사랑이란 말해지는 순간이 아니라 끝내 말해지지 않는 침묵 속에서 가장 강렬하게 존재한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헤어질 결심 상징 ― 안개·바다

「헤어질 결심」에서 가장 오래 남는 잔상은 사건보다도 풍경이다. 안개와 바다는 이 영화의 감정을 가장 잘 설명하는 두 개의 상징이자, 서로 충돌하면서 동시에 조율되는 시각적 언어다.

안개는 언제나 불확실성의 징후로 찾아온다. 형사 해준은 직업적으로 분명한 사실과 진실을 요구하는 인물이지만, 서래와 얽히는 순간 그의 내면은 안개처럼 희미해진다. 사건의 경계와 감정의 경계가 겹쳐지며, 판단은 보류되고 감정은 확정되지 못한다. 안개는 곧 머뭇거림의 시간, 곧 ‘아직 말해지지 않은 사랑’의 상태를 형상화한다.

바다는 그와 정반대의 질서를 부여한다. 파도는 무한히 반복되지만, 몸을 내맡기는 행위는 돌이킬 수 없다. 서래가 스스로 구덩이를 파고 밀려드는 바다에 잠기는 장면은 단순한 소멸이 아니라, 관계의 종결이자 사랑의 완결이다. 바다는 흔들림 없는 종착지, 영원히 봉인된 감정의 장소다.

이 두 이미지의 긴장은 영화의 정서를 형성한다. 안개는 사랑을 지연시키고, 바다는 그것을 봉인한다. 미루어지고 머뭇거리던 감정은 결국 바다에서 종결을 맞는다. 그렇다고 해서 두 상징이 단순히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안개와 바다를 통해 사랑의 시간성을 두 겹으로 그린다. 안개는 ‘지속되는 미완’을, 바다는 ‘불가역적 종결’을 말한다.

결국 「헤어질 결심」에서 사랑은 안개 속에서 시작해 바다 속에서 사라진다. 태어남과 소멸, 머뭇거림과 결단이라는 양극의 상징이 교차하면서, 박찬욱은 완전히 표현되지 않았음에도 가장 깊게 각인되는 사랑의 형식을 구축한다.

박찬욱의 세계는 헤어질 결심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작품은 그가 구축해온 영화적 우주의 정점이자 또 다른 시작점이다. 잔혹함과 연민, 미학과 윤리 사이를 종횡무진해온 그의 필모그래피를 되짚어볼 시간이다. 박찬욱이라는 이름이 곧 장르인 이유, 아래 작품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