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백: 줄거리·등장인물·결말·해석

문이 잠긴 호텔방.
정신을 되찾았을 때, 그녀는 이미 싸늘한 시신으로 변해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단 한 명, 유민호.
성공한 IT 기업의 대표,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온 그는 지금 단 한 가지 말을 되풀이한다.

“나는 죽이지 않았다고.”

그러나 모든 증거는 그를 지목한다.
밀실 같은 방 안에서, 변명은 공허하게 흩어진다.

그리고 사건의 심연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고개를 든다.
두 개의 사건, 두 개의 시신. 서로 다른 비극은 한 지점을 향해 이어지고 있었다.

남겨진 것은 단 하나의 진실.

영화 《자백》.
숨기려 한 거짓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영화 자백 정보: 감독·원작·장르·평점·OTT

  • 영제: Confession
  • 장르: 범죄, 스릴러
  • 감독: 윤종석
  • 원작: 인비저블 게스트
  • 원작자: 오리올 파울로
  • 개봉: 2022년 10월 26일
  • 평점: IMDb 6.6/10, 로튼 토마토 73%, 네이버 8.09/10
  • 러닝타임: 1시간 45분
  • OTT: TVING, NETFLIX, coupang play, wavve, WATCHA, U+모바일tv, APPLE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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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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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 ⓒ 2022 Realies Pictures · Lotte Entertainment.

유민호 (소지섭)

겉으로는 성공을 상징하는 남자였다. 잘나가는 IT 기업의 대표, 그리고 재벌가의 사위. 부러움과 질시가 동시에 쏟아지는 자리에서, 그는 언제나 흔들림 없이 서 있었다. 그러나 한순간의 사건이 모든 균형을 무너뜨렸다. 호텔 514호에서 내연녀의 시신과 함께 발견된 그날, 이름 석 자는 더 이상 성공의 대명사가 아니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세월의 먼지 속에 묻혀갔고, 대신 차갑게 되살아나는 건 그의 과거였다. 뺑소니, 사체 유기, 증거 조작. 어둠이 켜켜이 쌓일수록, 그 그림자 속에서 드러나는 얼굴은 언제나 유민호였다.

양신애 (김윤진)

승소율 100%. 이름만으로도 법정은 고요해지고, 상대는 주저앉았다. 그녀의 주변에는 언제나 “패배란 없다”는 신화가 맴돌았다. 그러나 신화는 오래된 가면에 불과했다. 진실은 법정 바깥에서, 설산 깊은 별장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민호 앞에 앉아 있는 그녀는 더 이상 ‘변호사 양신애’가 아니었다. 그가 놓친 것은 서류가 아니라, 눈빛이었다. 단 한 번의 마주침에서 이미 정체가 흔들리고 있었음을, 민호만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김세희 (나나)

그녀를 단순히 ‘피해자’라 부를 수는 없다. 민호에게는 연인이었고, 동시에 발목을 옥죄는 협박자였다. 죽음으로 사건에서 사라졌지만, 사라진 자가 남긴 파편들은 더 깊이 박혀 사람들을 붙들었다. 금융 기록, 음성 파일,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해진 비밀. 무덤 속에서조차 그녀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얽어매는 방식으로.

한선재 (서영주)

이미 부재한 자. 그러나 부재가 곧 시작이었다. 두 달 전, 도로 위에서 생이 멈춘 순간부터,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의 발걸음은 뒤틀렸다. 아버지에게는 복수를, 어머니에게는 집요한 인내를, 그리고 민호에게는 치명적인 파멸을 남겼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무게로 다가오는 이름. ‘한선재’라는 이름은, 여전히 이 사건의 심장부에서 뛰고 있었다.

자백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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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 ⓒ 2022 Realies Pictures · Lotte Entertainment.

뉴스 속보는 한 이름만을 집요하게 불러냈다.

유민호.
성공한 IT 기업의 CEO, 거대 재벌가의 사위.
그리고 이제는, 살인 혐의를 뒤집어쓴 남자.

피해자는 김세희.
민호와 내연 관계였던 그녀는 호텔 514호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민호는 현장에서 체포되었으나, 곧 구속은 기각됐다. 증거 불충분. 언론은 “억울한 누명”이라는 말로 떠들썩했지만, 대중의 관심은 금세 식었다.

그러나 민호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곧장 움직였고, 단 한 번도 패배한 적 없는 변호사 양신애를 찾아갔다.

설산 깊숙이 자리한 외딴 별장에서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신애는 직감했다. 이것은 단순한 불륜 살인이 아니다. 그녀는 요구했다. 처음부터 다시, 사실만을 말하라고.

민호는 입을 열었다. 세희는 관계가 끝난 후에도 집요하게 매달렸다고. 협박은 노골적이었고,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는 말은 그의 목을 조여왔다. 호텔 514호는 바로 그 협박의 무대였다. 그러나 방 안에서 벌어진 일은 그의 설명을 뒤흔들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습격당했고, 눈을 뜬 순간 경찰에게 끌려나가고 있었다. 침입 흔적은 없었고, 모든 증거는 그를 지목했다.

“누군가 더 있었다.”
그의 말은 허공에 흩어졌다.

그러던 중, 검찰이 새로운 목격자의 등장을 알렸다. 그 순간, 신애는 오래된 실종 포스터 하나를 꺼냈다.

‘한선재. 실종일: 2개월 전.’

그 이름 앞에서 민호의 시선이 흔들렸다.

두 달 전, 김세희가 차로 선재를 치었다. 즉사였다. 민호는 경찰에 신고하자고 했으나, 세희는 단호했다. “그냥 덮자.” 민호는 따랐고, 시신과 차량을 유기했다. 그러나 현장에는 또 다른 목격자가 있었다. 지프 차량 한 대. 민호는 직감했다. 검찰이 말한 목격자는 바로 그 운전자일 것이라고.

그리고 또 다른 아이러니. 유기를 위해 민호가 자리를 비운 사이, 도로에 홀로 남겨진 세희는 선재의 아버지에게 구조되었다. 그 사실은 곧 협박으로 되돌아왔다. 세희는 금융 기록을 조작하고, 선재를 보이스피싱 범죄자처럼 위장했다. 실종은 범죄로 둔갑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짜 맞추었다. 각본, 연출, 연기까지. 완벽했다. 아니, 완벽한 줄 알았다.

자백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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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 ⓒ 2022 Realies Pictures · Lotte Entertainment.

신애는 민호에게 물었다.
“당신은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건가요? 모른 척한 채 계속 숨을 수 있다고 믿었나요? 만약, 그 모든 게 반대였다면요? 조작도, 끝내려던 관계도, 김세희 쪽이었다면?”

민호는 고개를 저었다. 신애는 단호히 말했다.
“더 이상 당신을 변호할 수 없습니다.”

그때 민호는 무너졌다. 입을 열었다.

그는 세희를 죽였다고.
진실이 칼날이 되어 다가왔기에, 결국 그녀를 없앴다고.
그리고 그날 밤, 호숫가에서 아직 살아 있던 선재에게 망치를 휘둘렀다고.

신애의 눈빛 속에서 변호사의 얼굴은 사라지고 있었다. 남겨진 것은 인간의 비애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조각. 별장에서 민호가 마주한 이는 신애가 아니었다. 한선재의 어머니, 이희정이었다. 세희는 죽기 전, 모든 것을 이희정에게 털어놓았다. 그녀는 법으로는 민호를 이길 수 없음을 깨닫고, 직접 복수를 계획했다.

민호는 총을 들었으나 방아쇠는 당기지 않았다. 오히려 사냥총을 그녀에게 내밀었고, 자신의 어깨에 총구를 겨눴다. 방아쇠가 당겨졌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이희정은 체포되었다. 지프 운전자는 심장마비로 이미 세상을 떠났고, 증거는 사라진 듯 보였다. 민호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호수에서 발견된 차량과 시신.
진실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민호는 다시 체포되었다. 이번에는 도망칠 길이 없었다. 사건의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았다. 늦었지만, 진실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늘 아래 숨어 있던 어둠은 끝내 빛을 향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기억도 함정이다—다음 이야기는 더 충격적이고 더 잔인하다.

올드보이 (Oldboy)

나를 찾아줘

자백 해석

윤종석의 《자백》은 제목에서부터 역설을 품는다. 자백이란 본래 죄를 인정하는 진술을 의미하지만, 영화 속 자백은 결코 순수한 고백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보호와 협상, 회피와 왜곡의 수단으로 끊임없이 변주된다. 말이 진실을 드러내는 순간보다 숨기는 순간이 더 많다는 사실, 바로 그 아이러니가 영화의 전제를 이룬다.

이 작품은 두 사건을 병치한다. 하나는 밀실에서 벌어진 내연녀 살인 사건, 다른 하나는 과거의 교통사고로 봉인된 한 청년의 죽음. 겉으로는 별개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두 사건은 동일한 인물의 은폐된 죄로 수렴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관객은 반전의 반복 속에서 ‘누가 더 악한가’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거짓을 유지했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유민호(소지섭)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업가의 얼굴로 등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억울함은 이미지 관리의 산물임이 드러난다. 그는 자백은 하지만, 결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사실을 말하는 순간조차 감정은 결여되어 있고, 그 침묵이야말로 가면의 가장 두터운 층이다. 진실을 향한 언어가 아니라, 언어로 설계된 이미지에 불과한 것이다.

반대로 이희정(김윤진)은 이야기의 중반부에서 결을 바꾼다. 변호사로 위장해 등장한 그녀는 사실 모든 사건을 설계한 복수의 주체다. 법으로 도달할 수 없는 정의를 자기 방식으로 관철시키는 또 다른 판관. 그녀는 질문한다. “정의가 끝내 실현되지 않는 사회에서, 복수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영화의 긴장은 바로 이 질문 위에서 흔들린다.

밀실이라는 공간 또한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것은 진실이 감금된 은유적 무대다. 권력자들이 스스로를 피해자로 포장하며 진실을 봉인하는 폐쇄성, 그리고 관객이 쉽게 침투할 수 없는 불투명한 장치로 기능한다. 공간마저 서사의 일부가 되는 순간, 영화는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선다.

법과 정의의 간극은 끝내 영화의 중심을 이룬다. 법정에서 증명되지 않는 사실은 진실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은 언제나 권력과 자본, 이미지의 편에 서기 쉽다. 유민호가 은폐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 이에 맞서는 희정은 법이 아닌 정서적 진실과 상처로 싸운다. 그리고 이 대립은 영화 밖, 오늘의 사회에도 그대로 반향한다.

결국 《자백》이 남기는 물음은 단순하다. 진짜 자백이란 무엇인가. 영화는 말한다. 그것은 단지 발화가 아니라, 그 말이 동반하는 감정과 책임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유민호는 끝내 모든 것을 ‘실수’와 ‘사고’로 축소하려 하지만, 희정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다. 그가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그 무게를 짊어지는 것.

《자백》은 진실보다 더 많은 거짓의 얼굴을 보여주는 영화다. 말은 언제든 진실처럼 보일 수 있고, 때로는 진실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다. 그러나 진실은 결국 행동에서, 책임의 이행에서만 드러난다. 영화가 끝내 남기는 울림은 이 문장에 응축된다.

“자백은 말이 아니라, 말 이후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