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줄거리·결말·해석부터 원작 차이점까지 한눈에 정리

《대도시의 사랑법》은
서울이라는 도시 한복판에서, 한 남자가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를 사랑하는지 묻는다. 그것은 화려한 드라마나 거대한 서사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흘러나오는 조각 같은 순간들이다.

도시는 무심한 얼굴로 그를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낯선 시선을 던진다. 가족의 허락을 얻지 못한 사랑, 사회가 애써 외면해온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려는 몸부림. 이 영화는 그 이름 없는 조각들을 이어 붙이며,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다고 믿었던 ‘사랑’이라는 단어를 다시 묻는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정보: 감독·장르·평점

  • 영제: Love in the Big City
  • 장르: 드라마, 로맨스
  • 감독: 이언희
  • 원작: 소설
  • 개봉: 2024년 10월 1일
  • 평점: IMDb 7.4/10, Naver 8.29
  • 러닝타임: 1시간 58분
  • 채널: NETFLIX, APPLE TV+, WATCHA, coupang play, wavve, U+모바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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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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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 2024 Showbox · Tale Farming · Plus M Entertainment.

재희 (김고은)

대구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사람들 앞에 설 때는 언제나 빨간 운동화를 신었다. 무심코 내딛는 그 발걸음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곧이어 거침없는 말투가 따라왔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간 이들은 알았다. 그녀가 유리처럼 쉽게 금이 가는 마음을 안고 있다는 것을. 강의실 한복판에서 근거 없는 소문에 맞서 상의를 걷어 올린 사건은 대학가의 전설처럼 회자되었다. 술잔이 돌면 불쑥 샹송을 흥얼거리는 습관도 있었다. 사랑을 대하는 태도는 언제나 진심이었지만, 그 진심을 지키기 위해서일수록 더 과감하게 굴었고, 더 쿨한 척했다. 장흥수와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언어를 아는 사이였다.

흥수 (노상현)

사람들 앞에서는 무심한 얼굴로 담배를 물고, 냉동 블루베리를 씹어 삼켰다. 그는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세상에 드러내기를 끝내 주저했다. 사랑을 피곤하다며 내쳤지만, 사실은 애정을 누구보다 갈구했다. 다만 상처받기 전에 먼저 벽을 세우는 방식을 택했을 뿐이다. 그 안쪽으로 들어온 사람은 단 한 명, 재희였다. 외부의 시선 앞에서는 경직되었으나, 클럽의 소음 속이나 좁은 자취방 안에서는 숨을 쉬듯 자연스러웠다. 권수호와의 사랑은 결국 커밍아웃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졌다.

수호 (정휘)

흥수의 전 연인. 처음 만난 순간은 우스꽝스러웠다. 흥수의 토사물이 구찌 신발을 적시는 참사로 시작된 인연. 그러나 그는 웃어넘길 만큼 단단했다. 성소수자 동아리와 인권 운동의 선봉에서 목소리를 내며, 혐오와 차별 앞에서는 누구보다 먼저 분노했다. 그 확신은 흥수에게 빛이었지만 동시에 벽이기도 했다. 커밍아웃을 둘러싼 입장 차이는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지석 (오동민)

재희의 연인. 그는 재희의 자유분방한 생활에 불안을 느꼈다. 불안은 곧 질투로 변했고, 끝내 폭력으로 이어졌다. 함께 살아가는 삶보다, 통제와 집착으로 그녀를 시험하는 쪽에 가까웠다.

대도시의 사랑법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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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 2024 Showbox · Tale Farming · Plus M Entertainment.

그들의 이야기는 대학 시절, 작은 자취방에서 시작되었다.
구재희와 장흥수.

재희는 언제나 붉은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면, 사람들의 시선은 가장 먼저 그녀의 발끝에 머물곤 했다. 자유분방하고, 무모할 정도로 직진하는 성격. 그러나 흥수는 알았다. 그녀의 내면은 손끝만 스쳐도 금세 금이 가는 유리 같다는 것을.

흥수는 달랐다. 불문과라는 같은 울타리 안에 있었지만, 그는 언제나 거리를 두었다.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고, 가까워지려는 이를 밀어내는 태도는 오해를 부르기 충분했다. 그러나 재희는 그 장벽을 쉽게 넘어섰다. 묻지 않았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그저 같은 공간을 함께 나누었을 뿐이었다. 책상 하나, 커피포트 하나, 침대와 책꽂이가 간신히 들어가는 자취방은 둘의 우주가 되었다.

밤마다 이야기가 이어졌다. 재희는 자신의 연애담을 늘어놓았고, 흥수는 무심한 듯 담배를 물고 들어주었다. 그곳에는 사랑도, 연민도, 연대도 아닌,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이 자리했다. 흔한 관계의 정의에서 벗어난 것이었기에, 오히려 더 단단했다.

그러던 어느 날, 흥수는 수호를 만났다. 우연은 언제나 별 것 아닌 듯 다가와 삶을 흔든다. 구찌 신발에 토를 맞으며 시작된 인연은 곧 뜨겁게 번져갔다. 수호는 사회운동가였다.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고, 행동은 단단했다. 흥수는 그에게서 처음으로 ‘드러내도 괜찮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 가능성은 그를 두렵게 했다. 정체성을 감추며 살아온 삶 속에, 수호는 낯선 빛을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재희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변호사 지석과의 연애. 그러나 그것은 예견된 파국에 가까웠다. 동거 중인 흥수의 존재는 불화를 낳았고, 결국 폭력으로 이어졌다. 경찰서에서 끝을 맺은 사건은 곧 소문이 되어 흥수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그 순간부터, 세상은 그에게서 은신처를 빼앗아갔다.

대도시의 사랑법 결말

시간이 흘렀다. 흥수는 군 복무를 마쳤고, 재희는 사회인이 되었다. 그래도 자취방은 여전히 그들의 중심이었다. 삶의 좌표는 달라졌어도, 그곳만은 변함없는 쉼터였다. 재희 곁에는 민준이 있었다. 그녀의 자유분방함을 억누르지 않고 웃으며 받아들이는 남자. 흥수의 존재를 불편해하지 않는 드문 사람이었다.

그러나 가족은 달랐다. 흥수가 용기를 내어 진실을 말했을 때, 어머니는 그것을 결함이라 여겼다. 병이며 고쳐야 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대답은 더 많은 벽과 틈만 남겼다.

수호와의 관계 또한 이어지지 못했다. 그는 이미 다른 사람의 세계로 들어가 있었다. 축하의 말은 진심이었지만, 흥수의 마음 속에는 바람이 스며들 듯 공허만이 남았다.

재희는 민준과 결혼했다. 결혼식 날, 그녀는 흥수를 불렀다. 가족도, 친구도 아닌, 오직 한 사람으로서. 축가는 그의 몫이었다. 그는 노래를 불렀고, 웃었으며, 춤도 추었다. 그 순간, 무대는 초라했지만, 그 어떤 화려한 공연보다도 아름다웠다.

자취방에는 이제 흥수 혼자만 남았다.
커피를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풍경은 변함없이 무표정했다. 그 속에서 그는 펜을 들었다.

첫 문장은 이렇게 적혔다.

“집착이 사랑이 아니라면 난 한 번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

대도시의 사랑법 해석

〈대도시의 사랑법〉은 서울이라는 물리적 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보다 더 두텁게 쌓여 있는 것은 감정의 밀도다. 이 영화의 공간은 클럽과 교실, 병원과 집처럼 구체적이지만, 동시에 사회의 경계에 선 이들이 임시로 거처하는 피난처이기도 하다. 재희와 흥수는 그 안에서 ‘정상’의 좌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서로를 비껴가며 존재를 확인한다.

재희는 통제되지 않는 여성성의 아이콘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남학생들의 시선 속에서 곧바로 구설과 조롱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 수치의 언어를 그대로 돌려받아, 교단 위에서 자신의 몸을 증거로 거짓을 폭로하는 장면은 단순한 저항을 넘어선다. 재희는 피해자가 되기를 거부한다. 그녀는 타인의 서사에 편입되길 거부하며, 오히려 ‘미친X’이라는 낙인을 스스로 체화해버린다. 그것은 자조적 생존 전략이 아니라, 독립성과 존엄을 끝내 포기하지 않으려는 고집에 가깝다.

흥수는 이와 대조적으로, 사회 속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다. 낮에는 학생으로, 밤에는 클럽 속 그림자로 살아가며, 타인의 시선과 공간을 빌려야만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침묵은 회피가 아니라 훈련되지 않은 감정의 결과다. 커밍아웃을 미루어온 시간은 곧 사랑을 연습하지 못한 시간이기도 하다. 재희와 가까워지며, 학교는 곧바로 그들을 연인으로 규정하고, 임신과 중절이라는 괴소문이 덧씌워진다. 흥수에게 중요한 것은 사실 여부가 아니다. 그는 낙인 그 자체보다, 자신의 진심이 타인의 언어로 규정되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결국 흥수는 침묵을 깨고 커밍아웃을 선택한다. 그것은 단순히 사랑을 고백하는 사건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발화하는 첫 번째 순간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라기보다, ‘존재를 증명하는 이야기’에 가깝다.

〈대도시의 사랑법〉의 사랑은 전통적 의미의 로맨스가 아니다. 그것은 존재할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하고자 하는 감정의 다른 이름이다. 재희는 소모되는 방식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흥수는 유예와 침묵 속에서 천천히 말을 찾는다. 두 사람은 서로를 통과하면서, 결국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사랑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이 세계에서, 존재하지 못하는 이들은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가?” 그 답은 숭고하지 않다. 오히려 우스꽝스럽고, 슬프고, 동시에 생기 넘치는 감정 속에서 발견된다. 그것이야말로 〈대도시의 사랑법〉이 그려낸, 가장 불완전하고도 진실된 사랑의 풍경이다.

대도시의 사랑법 원작과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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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 2024 Showbox · Tale Farming · Plus M Entertainment.

박상영의 연작 소설에서 〈대도시의 사랑법〉은 불과 70쪽도 채 되지 않는 단편으로 자리한다. 흥수의 시점에서 흘러나오는 이 짧고 응축된 기억은 단절과 애도의 기록에 가깝다. 영화는 그 조각난 시간을 꺼내와 확장한다. 무엇보다도, 단편의 배경에 머물던 인물 재희에게 호흡을 불어넣으며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원작 속 재희는 흥수의 친구이자 관찰의 대상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그녀는 단순한 배경 인물이 아니라, 이야기의 또 다른 축으로 자리한다. 가족사, 분노, 사랑, 고독이 하나의 선으로 엮이며, “기억 속의 재희”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재희”가 등장한다. 이로써 영화는 하나의 시점에 매이지 않고, 두 명의 주인공을 병렬로 세운다.

영화가 새롭게 추가한 인물 수호 역시 중요한 변주다. 원작에서는 이름조차 없는 존재였던 그가, 영화에서는 정체성과 욕망을 탐구하는 연인으로 형상화된다. 성소수자 동아리 활동을 통해 드러나는 그의 존재는, 흥수에게 낯설지만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결말 또한 영화적 개입이 두드러지는 지점이다. 소설 속 수호는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고, 흥수는 애도의 시간에 갇힌다. 그러나 영화는 죽음을 비켜가, 이별의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살아 돌아온 수호는 이미 다른 연인과 함께하고, 흥수에게 남는 것은 공허한 잔향뿐이다. 애도 대신 체념, 상실 대신 불완전한 관계의 잔여가 남는다.

그 감정은 마지막 장면, 축가의 순간에 집약된다. 원작에서 핑클의 〈영원한 사랑〉을 부르던 흥수는, 영화 속에서 Miss A의 〈Bad Girl Good Girl〉을 춤추며 부른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장면은, 사랑의 소멸과 체념이 동시에 환희의 몸짓으로 표출되는 기묘한 클라이맥스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원작의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질문의 방향을 전환한다. 소설이 “죽음 이후, 남겨진 자는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묻는다면, 영화는 “사랑이 끝난 뒤,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기억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더 조용하고, 그러나 더 뜨겁게 오래 남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