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허스트와 상어: 죽음을 진열하는 방법

데미안-허스트
Cartoon drawing of audience looking at Damien Hirst’s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installation.
데미안 허스트와 상어: 유리 탱크 속 자본주의 (아시아 최초 전시 정보 포함)

데미안 허스트와 상어: 죽음은 어떻게 상품이 되는가

유리 탱크 안에서 상어 한 마리가 떠 있다. 입은 반쯤 벌어져 있고, 이빨은 여전히 공격적인 각도로 배열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헤엄치지 않는다. 포름알데히드 속에서 고정된 채, 죽음의 한 순간을 영원히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관람객은 탱크 주위를 천천히 돌며 그 존재를 바라본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묘한 감각이 생긴다. 그것은 자연사 박물관의 전시 같기도 하고, 과학 실험실의 표본 같기도 하며, 동시에 어떤 거대한 농담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술 작품이란 보통 아름다움이나 감정, 혹은 인간적 표현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상어는 그런 기대를 무심하게 무너뜨린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하나의 이름이 떠오른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난 허스트는 현대 미술의 역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 가운데 하나다. 그는 1990년대 초 영국 미술계에서 등장한 집단, Young British Artists, 흔히 YBA라 불리는 흐름의 중심 인물이기도 했다. 그 세대의 예술가들은 미술관과 화이트큐브의 규칙을 뒤흔드는 방식으로 등장했다. 설치, 퍼포먼스, 발견된 사물, 심지어 동물 사체까지—예술의 재료는 더 이상 전통적인 의미의 회화나 조각에 제한되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형식의 순수성보다 충돌이었다. 미술이 사회와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긴장.

허스트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작품은 1991년에 제작된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이다. 바로 그 포름알데히드 속 상어다. 작품의 제목은 거의 철학적 문장처럼 길다. “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에서 죽음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이 문장은 관람자가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꿔 놓는다. 탱크 속 상어는 단순한 동물 표본이 아니다. 그것은 죽음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의식 안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동시에 끝내 이해되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이 작품은 곧 미술 시장의 전설이 된다. 영국의 광고 재벌이자 컬렉터였던 찰스 사치(Charles Saatchi)가 이를 구매하면서 허스트의 이름은 국제 미술계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예술적 충격만큼이나 경제적 충격을 함께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예술 작품이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자본의 이야기와 연결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허스트의 경력은 종종 미술사보다 경제학의 사례처럼 읽힌다. 그는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브랜드였다. 작품은 공장에서 생산되듯 제작되었고, 어시스턴트들이 작업을 분업적으로 수행했다. 그는 경매 시장을 직접 활용해 미술 시장의 중개 구조를 우회하기도 했다. 2008년 런던 소더비에서 열린 개인 경매 Beautiful Inside My Head Forever Auction는 그 정점이었다. 금융 위기가 막 시작되던 시기에 열린 이 경매는 약 2억 달러에 가까운 판매액을 기록하며 미술 시장의 규칙 자체를 뒤흔들었다.

이 순간부터 허스트의 작품은 단순히 예술 작품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을 드러내는 거울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평론가들은 그의 작업을 냉소적인 풍자로 읽는다. 죽음, 소비, 욕망—현대 사회가 끊임없이 생산하는 이미지들을 그대로 확대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반면 다른 이들은 그것을 자본주의의 완벽한 공모로 본다. 미술이 비판의 언어가 아니라 투기의 언어로 바뀌는 순간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이 논쟁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 다이아몬드로 뒤덮인 인간의 두개골. 제목은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이다. 백금으로 주조된 두개골 위에 8천 개가 넘는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죽음의 상징과 사치의 상징이 하나의 물체 안에서 겹쳐진다. 그것은 동시에 종교적 유물처럼 보이기도 하고, 초호화 보석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기서 허스트의 작업은 하나의 역설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뒤따른다. 우리는 죽음을조차 어떻게 소비하는가.

이 지점에서 그의 예술은 단순한 충격의 미학을 넘어선다. 죽음이라는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현대 자본주의의 언어로 번역하는 시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박제된 동물, 약품 캐비닛, 다이아몬드 두개골—이 모든 이미지들은 삶과 죽음이 하나의 거대한 시장 안에서 재배치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허스트의 작업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어떤 이들에게 그는 현대 미술의 냉소적인 상징이다. 예술이 시장의 논리를 완전히 받아들였다는 증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시선에서 보면 그의 작업은 바로 그 구조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미술이 얼마나 쉽게 상품이 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가장 깊은 공포조차 얼마나 화려하게 포장될 수 있는지를.

포름알데히드 속 상어를 다시 떠올려보면, 그 작품이 여전히 불편한 이유가 조금 더 분명해진다. 그것은 죽음의 이미지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가격표를 가진 물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보며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경험한다. 존재의 유한성에 대한 불안과, 그 불안을 둘러싼 시장의 냉혹한 질서.

그리고 어쩌면 바로 그 모순이야말로 허스트의 예술이 여전히 살아 있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죽음을 보여주면서도, 그 죽음조차 끝내 하나의 상품이 되는 세계. 그 세계 속에서 상어는 여전히 유리 탱크 안을 떠다니고 있다. 움직이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멈춰 있지 않은 채로.

데미안 허스트 전시 정보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국립현대미술관은 영국 현대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 작업부터 최근작까지를 아우르며, 설치, 조각,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의 작업 세계 전반을 조망한다.

전시는 죽음과 영생, 과학과 의학에 대한 인간의 믿음과 욕망, 그리고 예술의 가치와 시장의 논리라는 허스트 작업의 핵심 주제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포름알데히드 수조 속 동물을 다룬 ‘자연사’ 연작과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를 비롯한 대표작, 그리고 ‘벚꽃’ 연작 이후의 미공개 최신 작업까지 포함되어 그의 작품이 동시대의 가치와 믿음의 체계를 어떻게 흔들어 왔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회고전이라기보다, 우리가 익숙하다고 믿어온 이미지들—죽음, 욕망,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시장의 언어—를 다시 낯설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에 가깝다.


기간: 2026.03.20 – 2026.06.28

장소: 서울관 지하 1층, 3, 4, 5전시실 / 2층 MMCA 스튜디오 / 서울박스

관람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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